4%법칙 (4% Rule by William Bengen)은 일반 은퇴 준비자 뿐만아니라 파이어족과 같이 조기 은퇴를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그 활용의 단순성으로 말미암아 매우 유용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4%법칙에 대해 궁금하시면 아래 글을 참조하세요.
2022.09.05 - 파이어족과 은퇴의 기본법칙 : 4% 법칙과 25x 법칙
그러나, 이 4%법칙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읽은 글 중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글은 4%법칙이 실제 은퇴 생활에서 필요한 자금보다 많은 자금을 준비하도록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공포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서 은퇴 후에 연 생활비로 4,000만원을 목표로 한다면 (이 정도면 월 333만원 정도로 국민연금에서 제안하는 두 부부가 서울에서 생활할 경우에 필요한 적정 생활비 수준 정도로 높은 목표치가 아님), 필요한 은퇴 자금이 10억원 (=4000만원 x 25)이 됩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10억원의 은퇴 자금을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할 젊은 시절을 희생해야 하고, 은퇴 시기를 늦추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4%법칙을 비판하시는 분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은퇴 시점의 구매력을 은퇴 후 30년간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반영했기 때문에 은퇴 후에 계속 명복 생활비가 증가하는 모델이라는 점이죠.
그러나 실제 은퇴하신 분들을 삶을 지켜보면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은퇴 후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활비가 감소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은퇴 3단계 라이프사이클 개념 (아래 그림)입니다.
예를 들어서 65세에 은퇴를 한 경우라면 74세까지 첫 10년은 "Go-Go Years"로 불리는 기간으로 매우 활동적인 은퇴 시기를 보내는 기간입니다. 여행도 다니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다양한 액티비티를 실행하는 단계로 소위 '백수과로사'라는 우스게 소리가 나오는 인생의 황금기를 즐기는 기간이죠... 당연히 지출도 은퇴 기간 중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70세 중반을 지나면서 신체적으로 쇄약해 지며 Slow-Go, No-Go 시대로 접어들며 지출도 같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물론 No-Go Years로 불리는 생애 마지막 10년에 들어서면서 의료비의 지출이 늘어나지만 이것이 줄어드는 생활비를 상쇄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입니다. (이런 현상의 미국, 영국 등 서구 선진국 데이터에서 나타남)
미국은 은퇴 설계와 관련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되는 나라답게 재미있는 사이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제가 최근에 찾은 사이트가 FIRECalc라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1871년부터 미국 금융, 경제 데이터를 활용해서 은퇴 자산, 은퇴 후 지출, 그리고 희망 은퇴 기간을 입력하면 1871년~현재까지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해서 그 은퇴 계획의 성공률을 표시해 줍니다.
예를 들어서 은퇴자산 100만불, 은퇴후 연간 지출 4만불, 30년 인출이라고 하면 아래표와 같은 결과가 도출이 됩니다.
은퇴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운좋게 투자 환경이 좋은 해에 은퇴를 했으면 100만불의 자산이 $5,924,979로 늘어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는 -$400,986이 될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1,893,021로 자산이 오히려 2배 가까이 증가하며, 30년 이내에 자산이 모두 조진 (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는)되는 경우는 122번에 사이클 중에서 6번에 불과하여 성공률은 95.1%를 나타났습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보여주듯이, 많은 은퇴자산을 모아서 퇴직을 할 경우에 오히려 자산이 증가하는 경우도 많아 후손들은 좋겠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본인은 그 은퇴자산을 모으기 위해서 은퇴를 늦게 해야 하고 팍팍한 삶을 살아야 하는 불합리성에 노출이 됩니다.
여기에 앞서 소개드린 은퇴 3단계 라이프 사이클 이론에서 처럼 은퇴 후 생활비가 줄어드는 것이 실제적인 데이터이면 더더욱 불필요한 인내를 감당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위스콘신에 기반을 둔 재무 설계사 Ty Bernicke은 4%법칙의 이런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은퇴 후 지출이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제하에 RRP(Realiry Retirement Plan)을 제안했습니다.
위에 그래프는 한 예시를 표시한 경우인데 RRP를 적용할 경우에 4%법칙보다 좀 더 적은 은퇴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4%법칙으로는 $1,340,825가 필요했지만 RRP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800,000 이면 된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계산 방법에 대해서는 공개가 안되어서 아쉬움 ㅠㅠ), 이 처럼 은퇴 자금의 목표치가 낮아지므로 좀 더 일찍 은퇴를 하거나, 혹은 좀 더 워라벨이 보장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죠.
4%법칙의 비판에 대한 제 의견
은퇴 문제는 개인차가 매우 큰 부분입니다.
개인에 따라 은퇴 후에 지출이 감소할 수도 있고, 또 지출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시나리오가 맞는지에 대해서는 현상이나 통계적 데이터로 설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으로 나의 미래를 100% 설명해 줄 수는 없겠지요. 본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미래라는 것은 불확실성을 속성으로 가지므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험과 같은 방법이 현명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4%법칙에 대한 여러가지 비판이 정당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래의 관점에서 좀 더 안정성이 높아 보이는 4%법칙을 선택해서 은퇴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참조 : 4%법칙및 FIRE족 관련 글
2022.09.02 - 파이어족의 대안, 코스트 파이어족
2022.09.02 - 파이어족의 새로운 버전, 바리스타 파이어 (Barista FIRE)족
2022.09.03 - [은퇴 칼럼] 나는 파이어족인가?
2022.09.05 - 파이어족과 은퇴의 기본법칙 : 4% 법칙과 25x 법칙